나에게는 6년된 인연이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성실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절벽 끝에 몰리면 좀 불성실해지고 막가파로 변하지만 그것만 빼면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문득 그 사람과 어제 점심을 같이 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중소 기업의 차장이며 매우 성실하고 밝은 사람이다.
"이 일은 비교적 단조롭다. 물류에 가까운 일이라 장비 운송, 가설, 회수가 전부이다. 이는 매우 진부한 일로서 2년 이내 실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짧으면 반년 또는 일년 내에 실증이 날 수 있고, 장비 운송과 회수는 노가다에 가까운 일이므로 몸까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구조적으로 이렇게 설계했다.
자신이 직접 몸을 써야 하는 일은 최대한 아르바이트를 이용해서 해결하고, 자신은 직접 가설과 인력관리를 하는 것이 일차적 단계이다.
이차적 단계는 직접 자신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를 찾고 흥정을 하며 행사를 따내고 그 행사 진행에 필요한 물품을 파악하고 모자라는 물품은 구매대행 또는 이벤트를 통해서 수급하는 등 전반적인 물류에 대한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 이차적 단계이다.
일차적 단계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이차적 단계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적어도 전산에 관한 실날 같은 지식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난 이차적 단계를 수행할 나의 후계자를 양성 하기 위해서 회사 출근 시간이 9시지만 직접 8시까지 출근해서 같이 회사를 청소하며 워밍업을 하고 남은 시간 정보 처리 기사와 영어 공부를 하게 했다. 점진적으로 출근 시간을 당겼고 이를 강행헀다.
이 과정에서 피로하고 힘들어 하는 장차 내 후계자가 될 사람들에게 사자가 자신의 새끼를 벼랑에서 내몰듯 거친 욕설과 태도로 그들을 대했고 되도록 절대로 칭찬(당근)은 주지 않으며 그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대부분이 이직 또는 사표를 선택했다. 내 방식의 사랑이 틀린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차적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기 위해서 난 그 악역을 아직도 하고 있고 이제 내 후계자가 될 사람들은 7시까지 출근을 한다."
실로 대단한 후계자에 대한 사랑이다. 이 사랑은 박애적이며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냥 그 일을 하는 모든 후발주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과연 저것이 사랑인가?
참고로 저 상황을 겪은 내 친구는 "사람이 변했다" 라고 표현했다.
갑자기 내 대학원 생활이 뇌리를 스쳐가며 나와 교수님의 관계를 보는듯 하여 적게 되었다.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폭정일까?
듣고있는 내 이성은 "저것은 박애적이며 헌신적인 사랑이다"라고 하지만 대학원 생활을 떠올린 내 감성은 "단순한 폭정이며 사람을 괴롭히는 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가치관에 대한 패닉.
오늘은 이런 저런 일로 심경이 복잡해 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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